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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사진가의 하루

by 전실근 2021. 10. 24.

송정의 일출

2005년 한해도 저물어가는 12월 중순 어느 일요일 아침 휴대폰이 울려 잠이 깨었다. 시간은 아침 634분을 기리키고 있었고 전화건 분은 사진가 중의 한사람으로 아침에 일출 광경을 촬영하러 가자는 것이었다.

두 사진가 (두 미치광이?)가 부산 대변의 해변 가에 710분쯤 도착하니 벌써 우리보다 앞서 도착한 시진가 몇 몇이 삼각대를 차려놓고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나올때 자동차의 라디오에서 을려 나오는 일기예보에는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인 영하 10도라고 전해주었다.

필자는 일출, 일몰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촬영을 한 경험이 거의 없는데 나와 같이 동행한 작가는 일출, 일몰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이렇게 추운 날이라야 동해에서 뜨는 일출이 더 아름답다고 전해주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동트는 태양을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연달아 눌러 대었다. 제법 바람이 불었지만 파도는 그리 높지 않았고 이따금 갈매기 몇 마리가 날고 있었다.

필자가 해운대에 들어와 살아온 지가 7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에 동해에서 뜨는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즐겁게 느껴졌고 동트는 동쪽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 것은 아마도 지는 해를 보는 것보다 일출이 내 삶에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5일장이 열리는 남창장터로 달려가 막 시장을 여는 상인들의 모습을 찍어 보려고 했다. 몹시 추운 날인데도 상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시장터는 빈틈없이 꽉 매워져 있었다. 추위를 떨치려고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면서 내뿜는 입김이 겨울 햇살에 비치어 아름답게 비춰졌다. 농부와 어부가 가져 온 여러 생산품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것은 없고,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 것은 말이나 소달구지 대신 자동차들이 주차장과 강둑을 메우고 있었다.

장터에 나온 상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애쓰고, 구매자들은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사려고 하는 그 모습은 우리들의 삶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동이 트기 전에 차가운 시멘트 또는 아스팔트 바닥에 자리를 펴고 손님을 기다려는 칠순이 넘은 할며니들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은 생의 고달품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자식들이 도회지에 나가 공부하여 성공하여 여러 계층에서 종사하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고달픔이나 인간의 고뇌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산다고 한다.

이 곳은 매달 5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라고 한다. 울산광역시에 가까운 위치여서 언젠가는 대기업의 시장 잠식으로 삶의 장터가 허물어져 버려서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명암이 교차하는 이 장터가 먼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우리 자손들은 이 재래 시장에 얽힌 따스한 삶의 향기를 다시는 맛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조상의 옛 향기는 그대로 간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 하루였다.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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