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

동지날 어머님 생각

by 전실근 2021. 10. 24.

어제 저녁에는 어느 지인이 전달해 준 KBS가 방영한 가요무대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어 아침 930분경에 일어났다.   간단한 아침밥을 먹으면서 상념에 잠기게 되었다. 오늘은 음력으로 동지 날이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적에 동지 팥죽을 만들어 주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고, 벌써 약 반세기 전 이때 쯤 본인이 대학 2학년 때에 배가 고파 어머니가 파출부로 일하는 해운대 우동에 있는 어느 고아원을 찾아 간 적을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하여 눈을 감고 있으니 눈물이 콧물로 변하여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는 전화기도 없고 하여 무작정 어머니가 있는 고아원을 찾아 갔다. 어머님은 끼니를 걸려 배고파 찾아온 아들에게 고아들이 먹다가 남긴 밥을 나에게 주었다. 반찬도 없는 주먹밥이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한 끼였다. 나는 부모형제가 있지만 부모형제가 없는 고아들에게 죄스런 생각이 들어 얼른 고아원을 떠나게 되었다. 해운대에 약 14년 살면서 단 하루도 우동에 있는 그 고아원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어머님은 고아원 입구 비탈진 곳에서 언덕으로 내려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고 나는 어머님의 모습을 뒤돌아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뒤 나는 대학을 졸업하여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직장을 구해 장가도 가고 딸, 아들을 낳아 딸이 9, 아들이 7살였던 198055일 어린이 날에 어머님은 세상을 떠났다. 그때 어머님의 나이가 67세였으니 지금까지 살아 계섰다면 올해 100세가 되는 셈이다.

 

지금 나는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나이에 비하면 몇년은 더 살고 있다. 아직도 대체로 건강한 편이다. 남보다 뛰어나고 명예나 돈을 많이 벌은 위치에 있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들만큼 공부를 했지만 자랑할 만 위치에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살아왔다. 어머님이 좀 더 오래 살아서 가난한 시절의 서러움과 고통을 극복했던 그 때를 뒤 돌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쉽고 남들처럼 제대로 효도를 못해 본 것이 한이 맺히는 하루였다. 20131222(일요일 동지날)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가의 하루  (0) 2021.10.24
대마도 기행  (0) 2021.10.24
L형을 추모하며  (0) 2021.10.22
Senior 의 삶  (0) 2021.10.22
준비가 되어 있어라! (Be ready.)  (0) 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