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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L형을 추모하며

by 전실근 2021. 10. 22.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외형 중앙 모습 (돔 내부 중앙 대리석 밑에 베드로 무덤이 있음)

젊었을 대는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4월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이 그저 만물이 소생하는 봄 이 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오랬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이것저것 하면서 좀 여유가 있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요즈음은 자주 지난 세월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데 특히 4월이면 그 빈도가 더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났다. 4월에 나의 정신적인 혈연 이상의 형을 잃었다. 그레서 그런지 4월이 와서 이 형을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한없이 슬퍼지고 그리워진다.

 

특히 이 형과는 대학시절 서로 전공은 달랐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클럽에서 만나 행사 준비로 서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서로 만나 우정을 돈독히 했고 형이 돌아가기 전 몇 년간은 산에서 운동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형을 마음속으로 한없이 존경했다. 이 형이 단지 병든 인간의 생명을 치료해 주는 의사여서가 아니라 근 40년 동안 서로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이 형이 지니고 있었던 인간애 그것 때문에 친형 이상으로 이 형을 존경했는데 이러한 나의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났으니 더욱더 슬퍼진다.

 

언젠가는 형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이봐 이 세상에 너를 진정으로 생각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고 물었다. "글쎄" 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니, 이어서 하는 말씀이 "참 드물지, 그런데 분명히 그러한 친구가 있어, 교회에 가면 하나님이 바로 진정한 친구이다." 라고 전해 주었다. 이 형은 기독교 신자로서 자기가 다니뎐 교회 성가대 지휘자였을 정도로 노래에 상당한 수준이었고 믿음도 돈독한 분이었다. 이 형이 지니고 있었던 인간에 대한 사랑은 분명히 하나님의 박애주의 사상이 마음속 깊이 뿌리 박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학도 보다 성실하고 정확하게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자 약학대를 거쳐 다시 의과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던 이유 때문에 어머님을 그리는 마음에서도 의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그 분의 따스하고 성실란 자세가 늘 내게는 감동이었다. 그 분이 박애주의 사상을 더 널리 펼치지 못하고 일찍 가신 것이 몹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인간은 일평생 살아가면서 무수히도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하면서 살아간다. 자기가 아는 사람이 권좌에 오르든지 또는 출세를 하게되면 그 사람은 나와의 절친한 친구이지만 그 사람이 다시 권좌나 출세의 자리에서 물러 나게되면 한없이 질타를 한다. 달면 먹고 쓰면 뱉어 버리는 것이 보통 세상 인심이다. 오늘도 이 순간에도 자가용이나, 관용 차나, 기업체 사장 차 뒷좌석에 앉아 타고 가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오늘은 누구를 어떻게 짓밟고 자신이 더 유리한 입장에 설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은 동물과 다른 것이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배가 부르면 부를수록 남을 해친다. L형과는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아무 이해 관계없이 만났고, 또 그래서 평생 담백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기에 내 마음속에 이 형이 오래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형이 간지 3년이 되었다. 내 생에 4월이 얼마나 더 있을 것인지는 예측을 못한다. 해마다 4월이 되면 형을 생각하면서 또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눈에 눈물이 생길 것이다. 훗날 저승에서 만나면 이 아우를 웃는 얼굴고 맞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작성일: 2006년 4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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