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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4월은 잔인한 달

by 전실근 2022. 4. 23.

2022년 4월 11일 활령산 분수대에서 촬영
4월은 잔인한 달이다; 2022년 4월 23일 촬영한 사진 .

4월은 잔인한 달이다. T. S. 엘리엇(Eliot, 1888~1965, 미국 태생 영국시인)의 시 황무지’ (The Waste Land, 1922년 작) 시의 서두에‘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이라고 읊고 있다.

루리나라에서는 4월은 많은 큰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4월은 잔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비록 꽃이 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을 연상하지만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기는 힘들 정도로 흐린 날과 비가 자주 오는 달이라 4월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엘리엇이 전하고 있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인 자신의 말이 아니라 유럽인들의 마음속 넋두리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그들의 넋두리는 그대로 옮김으로써 시인은 삶의 방향과 의욕을 잃은 채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사는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를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젊었을 때는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4월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이 그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인생 황혼기에는 백수처럼 생활하다 보니 4월 이면 수년전에 세상을 떠난 혈연 이상으로 절친한 친구 (이 친구를 형이라 칭함) 가 떠오른다. 이 형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슬퍼지고 그리워진다.

특히 이 형과는 대학시절 서로 전공은 달랐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English Club (영어클럽)에서 만나 행사 준비로 서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서로 만나 우정을 돈독히 했고 형이 돌아가기 전 몇 년간은 산에서 운동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형을 마음속으로 한없이 존경했다. 이 형이 단지 병든 인간의 생명을 치료해 주는 의사여서가 아니라 근 40년 동안 서로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이 형이 지니고 있었던 인간애() 그것 때문에 친형 이상으로 이 형을 존경했는데 이러한 나의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더욱 더 슬퍼진다. 인간에 대한 그 분의 따스하고 성실한 자세가 늘 내게는 감동이었다. 그 분이 박애주의 사상을 더 널리 펼치지 못하고 일찍 가신 것이 몹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나는 하염없이 이 형을 떠올리며 시큰해지곤 한다. 이 형이 세상을 떠난지 20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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