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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mages

미얀마 소수 민족들의 삶

by 전실근 2022. 2. 7.

미얀마 오지 (奧地)의 소수 민족 - 행복한 삶의 찬미

미얀마의 인구는 약 57백만명으로 135종의 종족들이 살고 있다. 67%는 버마인들이고 그 외는 다양한 문화를 지닌 소수 민족들이다. 이번 여행에서 찾아 간 곳은 미얀마 양곤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중동부 지역인 챵통 (Kyaing Tong) 이라는 작은 도시다.

 

챵통에는 11종의 다른 종족들이 살고 있는데 우리 일행은 그 중 아큐족 (Akhu), 아카족 (Akha), 앤족(Ann), 그리고 파롱족(Palaung)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갔다. 이들 소수 민족들은 미얀마 언어도 사용하지만 그들 나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외양은 제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파롱족을 제외한 종족들은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 중턱에 살고 있는데 움막 같은 집에서 가축 (돼지 및 닭)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이들의 주식은 밭에서 가꾼 옥수수가 주종이었다.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현대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원시적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어날 때는 언제이고 죽을 때는 몇 살에 죽는지도 모르고, 결혼은 사촌까지 허용이된다고 한다.

 

미얀마의 인구 중에서 85%는 불교를 믿고 있지만 이곳 소수 종족들은 약 1세기 전에 미국 선교사들이 들어와 전도하여 기독교를 믿고 있었는데 아큐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는 조그마한 교회 (침례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귀에는 심자가를 귀걸이로 달고 있섰다.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전도한 이후 전혀 관심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이들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비록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생활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현대인들이 도시에 살면서 느낄 수 없는 두터운 인정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이들의 전통 풍습이며 가족관계, 형제관계, 이웃과의 관계에서 서로 우의를 지니고 서로 의지하고 어려운 일은 같이 해결하는 집단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로 인하여 서로 돕고, 사랑하고 감사하는 자세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듯 보였다. 이것이야발로 바로 삶의 찬미 (A Psalm of Life)이며 축복이 아닐까?

 

해가 지고 어두우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 밭에 나가 일하고, 항상 따뜻한 태양이 비춰주기를 바라고 건조기에는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이들이 마치 원시인들이 태양과 물을 수호신처럼 여기는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 문명인들은 온갖 근심과 스트레스가 있어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항상 불행의 소지가 있지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오직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가족들의 건강만 염려하는 단순하고도 소박한 생활로 해서 그다지 큰 스트레스나 걱정은 겪지 않는 것 같이 보였다.

 

이들의 자녀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는 교육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운동장도 없는 초라한 오두막 같은 곳에서 무상으로 초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이 전부이고 그 외 의료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전무하다. 산에서 사는 이들 종족들은 병이 들어도 찾아 갈 병원도 없었다. 낮에는 더운 태양이지만 밤에는 기온이 하강하여 감기에 걸린 어린 아이들이 많다고 하였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이들 마을을 찾으면 손을 내밀며 요구하는 것이 감기약이라고 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웃음으로 정답게 대해 주었고 그들의 표정은 맑아 보였다. 문명인들이 쉽게 느길 수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소외감과 소유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빈곤감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이들의 어려운 생활 속에는 작은 것에 감사하며, 가족들과 이웃들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해 행복의 끈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한다는 것을 필자는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또한 추위에 떨어본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알고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을 당해본 사람일수록 생명의 존귀함을 알게 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마을을 내려오면서 내 자신이 이들에게 교만한 행동을 보여주지나 아니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잠시 반성해 보았다. 이들의 순박한 삶을 보기 위해 가까운 시기에 다시 이곳을 찾을 기회가 생기기를 기도해 본다. 이 기행 에세이는 '한국사진' 20111(Vol. 366)에 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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