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ice Board

이국 공항에서 느낀 민족분단

by 전실근 2022. 2. 5.

분단된 조국

이국의 공항에서 느낀 민족분단

지난 8월 (2008년) 슬로바키아에서 개최된 국제사진에술연맹 제29차 세계정기총회 참석을 위해 820일 오후 독일 뮌헨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가기 위해 독일 입국심사대에서 입국 수속을 받고 있었다. 그때 우리 엎줄에 얼굴이 까맣게타고 낡은 흰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청년들이 입국수속을 받고 있었다.

 

입국 수속을 받고 막 나오는 찰나에 우리일행 중 한명이 나를 불러 통역에 도움을 주자고 권유하기에 다시 입국 심사대로 갔다. 아까 본 그 청년들이였는데 북한 사람들이었다. 독일 입국심사원과 북한 인솔자와의 대화에서 알게 된 내용은 이들 23명의 청년들은 30대 초반으로 중국 베이징공항을 출발, 독일 뮌헨을 거쳐 폴란드로 간다고 했다. 그들은 폴란드 어느 건설회사와 3년간 계약하여 일하려 간다고 했다.

 

필자의 도움으로 그들은 별 탈 없이 입국장을 통과하여 다음 기착지로 행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우리 같으면 당연한 감사의 표현도 할 여유가 없는 듯 그들은 당황하고 경직되어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과의 순간적인 짧은 대화와 상면에서 문뜩 1960년대 한국 간호원들과 광부들이 당시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였던 가난한 조국을 등지고 먼 이국땅 서독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갔던때가 떠올랐다. 또한 나 자신이 외화를 한 푼이라고 더 벌어 가난을 극복하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시절이 생각나 만감이 교차헸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들의 조국, 해방 이후 위정자들의 권력과 이념 투쟁으로 민족 상잔의 전쟁을 껶고, 그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분단의 조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체제 하의 우리들은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며 마음껏 먹고 입고 삶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민주주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젊은 북한 청년들이 먼 이국 땅에서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기를 빌며, 분단의 설음이 얼마나 가슴아픈 사실인지, 또 민족의 화합이 얾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부산일보 2008929일 독자칼럼 31면에 기고>

 

'Notice Boar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처님의 최초 설법 자세  (0) 2022.02.06
러시아 겨울 털 모자 - 우샨카  (0) 2022.02.05
Adieu 2021!  (0) 2021.12.31
Auld Lang Syne (석별의 정)  (0) 2021.12.27
Masai Mara - Africa Kenya  (0) 202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