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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s of Earth

할레아칼라 분화구

by 전실근 2022. 7. 15.

Haleakala Crater

우리 일행이 하와이 마우이 섬에 사진촬영차 도착한 때였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섭씨 24~25도 였다. 마우이 섬은 하와이 제도의 여섯 개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해 미국 본토의 젊은이들이 신혼 여생지 제1위로 꼽는 곳이다 옛날에는 하와이 원주민들이 고래잡이로 생계를 잇게 해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푸른 바다의 하얀 모래 해변, 줄지어 서 있는 코코넛 나부를 배경으로 노을이 지는 모습과 젊음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무척 낭만적이었다.

 

단일 분화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할레아칼라 화산의 분화구가 첫 촬영지였다. 꼬불꼬불한 자동차 길를 올라가는데 구름이 우리 앞을 가로 막이서 가까스로 정상 (해발 3,055 m)에 도달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분화구는 마치 넓은 평야를 보는 듯했고, 그 아래 가장자리는 방금 뚫고 올라온 흰 구름이 걸려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천상에서 느끼는 기분이 이런게 아닐까. 구름 위에 떠 있는 태양을 보며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공원 관리인이 달려와서는 우리가 주차한 그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주차한 이 자리에, 화산이 터진 이후 약 2백년간 관리하고 보존해 온 생물이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어 가고 있소.”

그리고 이번엔 용서해 주겠지만 다시 한 번 아무 곳에나 주 정차를 하면 25달러 짜리 딱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아주 위험한 3천미터 놓이의 2차선 도로에도 위험 표시판이나 가드레일이 설치 되어 있지 않앗다는 점이다. 하지만 규정대로 운전을 잘 하면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보다는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산을 내려 온 뒤, 안내문을 보고서야 할레이칼라 분화구가 1980년에 국제 생물보호지로 지정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생물이나 돌 하나, 흙 한 줌도 가져가서는 안 되고,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마우이 섬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생각하니 구약성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땅 위 모든 사람들은 엎드려 하느님을 숭배하고,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시편 66-4) 이 글은 풍경’ ,2003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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