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머머님의 일기
미안하구나 아들아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 구나 여기 요양원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 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을 테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러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단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기늘 말라비틀어진 젓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참고 말지. 혹여 어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말거라. 내 녀석 착하디착한 심사로 어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어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강 잘 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어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구가.
사랑하는 아들아!